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■이영하의 詩心 世界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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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조회 65
  • 2026.07.19 20:31
 
카이로스(Kairos)와의 조우

시인 이영하
 
시간은 언제나 앞으로 흘렀다.
계절은 어김없이 지나갔고
달력은 하루도 쉬지 않고 내 생의 페이지를 넘겼다.
나는 그것이 시간의 전부인 줄 알았다.
 
그러나 어느 날
한 사람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
수십 년의 상처를 녹였고,
한 권의 책이 내 삶의 방향을 바꾸었으며,
한 줄의 시가 잊고 있던 나를
다시 일으켜 세웠다.
 
그제야 알았다.
시간은 길이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
깊이로 사람을 바꾸는 것임을.
수천 번의 하루보다 단 한 번의 용기가
더 오래 살아남고, 수만 시간의 기다림보다
한순간의 사랑이 한 생을 완성하기도 한다.
 
카이로스는 종을 울리며 오지 않는다.
새벽이슬처럼 조용히 다가와
준비된 영혼의 문을 가만히 두드릴 뿐이다.
 
그래서 오늘도 나는
흘러가는 시간보다 다가오는 한순간을
정직한 마음으로 기다린다.
그 찰나가 한 사람의 운명을,
한 편의 시를,
그리고 한 생의 의미를
새롭게 시작하게 하기 때문이다.
 
 
<시작 노트>
 
그리스인은 시간을 두 개로 나누어 불렀다.

흐르는 시간은 크로노스(Chronos),
운명을 바꾸는 한순간은 카이로스(Kairos)​였다.
 
우리의 삶도 대부분은 반복되는 크로노스 속에서 흘러간다. 그러나 어느 날 문득, 한 사람과의 만남, 한 권의 책, 한 줄의 시, 한 번의 결심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순간이 찾아온다. 그 찰나가 바로 카이로스이다.
 
이 시는 누구에게나 한 번쯤 찾아오는 '인생의 결정적 순간'을 기다리며,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.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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